음악 속 숨은 이야기 ·

잠 못 드는 백작을 위한 변주곡, 어디까지 사실일까

「골드베르크 변주곡」에는 불면증에 시달린 백작과 젊은 쳄발로 연주자 이야기가 붙어 있다. 그런데 악보에는 이 이야기의 흔적이 없다.

바흐 · 3분 읽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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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들기 전 한 곡 1화 — 골드베르크 아리아0분 40초이야기 읽기 →

드레스덴의 밤. 잠을 이루지 못한 러시아 대사 카이저링크 백작이 옆방에 대고 말합니다. "골드베르크, 내 변주곡을 좀 연주해 주게." 그러면 젊은 쳄발로 연주자가 건반 앞에 앉아, 백작이 잠들 때까지 조용히 음악을 이어 갔다고 해요.

전기 작가가 남긴 이야기

이 장면은 바흐가 세상을 떠나고 반세기쯤 지난 1802년, 바흐의 첫 전기를 쓴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이 남긴 이야기입니다. 포르켈에 따르면 백작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달래 줄 쳄발로 곡을 바흐에게 부탁했고, 크게 기뻐하며 금화를 가득 채운 금잔을 사례로 주었다고 하지요. 이 이야기 때문에 이 곡에는 연주자의 이름을 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포르켈은 바흐의 아들들과 직접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료를 모았으니,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그런데 학자들은 몇 가지 이상한 점을 지적합니다.

맞지 않는 조각들

첫째, 바흐가 1741년 무렵 이 곡을 출판했을 때 악보 표지에는 백작의 이름도, 누구에게 바친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그 시절 귀족에게 큰 사례를 받은 곡이라면 표지에 헌정의 말을 적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말이에요. 표지에는 그저 '애호가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만 적혀 있었습니다.

둘째, 연주자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의 나이입니다. 악보가 나온 무렵 그는 열네 살 안팎의 소년이었어요. 재능이 뛰어났다고는 하지만, 이토록 어려운 곡을 그 나이에 밤마다 연주했다는 건 쉽게 믿기 어렵지요.

그래서 오늘날에는 이렇게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바흐가 백작을 알고 지냈고, 골드베르크가 바흐에게 배웠을 가능성은 있지만, 곡이 처음부터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 쓰였다는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요.

처음으로 돌아오는 아리아

이 곡의 진짜 놀라움은 이야기보다 악보 안에 있습니다. 곡은 느리고 우아한 아리아로 시작해, 그 아리아의 낮은 음 뼈대를 바탕으로 한 서른 개의 변주로 이어져요. 그리고 세 번째 변주마다 카논, 그러니까 같은 선율을 뒤따라 부르는 돌림노래가 나오는데, 두 성부 사이 간격이 한 음씩 넓어집니다. 끝에서는 처음의 아리아가 음표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돌아오지요. 긴 여행을 마치고 같은 방에 돌아왔는데, 그 방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포르켈의 이야기는 근거가 흔들리는데도 곡의 이름이 되어 이백 년 넘게 함께 전해졌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사실 확인보다 빨리 퍼지고, 한번 이름이 되면 바로잡기 어렵지요. 뉴스와 인터넷에서도 한번 붙은 꼬리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가 이미 이름처럼 굳어 버렸을 때, 우리는 그 이름을 계속 써도 될까요? 써야 한다면, 무엇을 함께 밝혀 두어야 할까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초상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바흐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