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 장에 그려 넣은 바다
스무 살 멘델스존은 스코틀랜드 서쪽 섬에서 가족에게 편지를 쓰며, 말 대신 악보 몇 줄을 적어 보냈다. 그것이 「헤브리디스」 서곡의 첫머리가 되었다.

1829년 8월, 스코틀랜드 서쪽 끝 바닷가. 스무 살의 펠릭스 멘델스존이 베를린의 가족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런데 편지에는 풍경을 설명하는 말 대신 악보 몇 줄이 적혀 있었어요. 헤브리디스 제도가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 느낌을 주었는지 보여 주려고, 그곳에서 떠오른 것을 적어 보낸다고요.
젊은 여행자
멘델스존은 베를린의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그림, 여러 나라 말을 두루 배웠고, 열여섯 무렵에는 이미 놀라운 곡들을 쓰고 있었지요. 그해 봄에는 거의 백 년 동안 제대로 연주되지 않던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베를린에서 지휘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름, 그는 친구 카를 클링게만과 함께 영국을 거쳐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성과 호수, 거친 산을 지나 마침내 서쪽 바다에 흩어진 섬들, 헤브리디스 제도에 닿았어요.
파도 소리를 닮은 첫머리
편지에 적힌 악보는 낮은 현악기가 같은 짧은 가락을 물결처럼 되풀이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것이 훗날 「헤브리디스」 서곡의 첫머리가 되었지요. 파도가 밀려왔다가 빠지고, 다시 조금 다른 높이로 밀려오는 것 같은 그 선율 말이에요.
그 무렵 멘델스존은 스타파 섬의 '핑갈의 동굴'에도 다녀왔습니다. 거대한 돌기둥이 줄지어 선 바다 동굴로, 지금도 이름난 곳이지요. 그래서 이 서곡은 '핑갈의 동굴'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다만 앞의 악보 스케치는 동굴에 가기 전에 쓴 편지에 이미 들어 있었으니, 동굴만이 아니라 그 바다 전체가 이 곡을 낳았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요. 함께 간 클링게만은 그 뱃길에서 멘델스존이 뱃멀미로 무척 고생했다고 전합니다.
다듬고 또 다듬고
멘델스존은 이 곡을 단숨에 끝내지 않았습니다. 처음 완성한 뒤에도 여러 번 고쳐 쓰며, 지나치게 꾸민 대목을 덜어 냈어요. 그렇게 다듬은 서곡은 1832년 런던에서 처음 연주되었습니다.
들어 보면 이 곡은 특정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바다의 색깔과 바람, 멀리서 들리는 뱃노래 같은 느낌을 그려 내지요. 낮은 현악기의 물결 위로, 중간쯤 첼로와 바순이 부르는 넓고 따뜻한 선율이 나타날 때 귀를 기울여 보세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멘델스존은 처음 본 바다 풍경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감동을 음악으로 남겼습니다. 그가 본 헤브리디스의 바다와 섬은 오늘날 기후 변화와 관광객 증가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핑갈의 동굴이 있는 스타파 섬도 보호 구역으로 지켜지고 있지요.
아름다운 자연을 더 많은 사람이 보고 느낄 수 있게 여는 일과, 그 자연이 망가지지 않게 지키는 일이 부딪칠 때, 우리는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까요?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멘델스존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