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작곡가가 세상에 내놓지 말라고 한 동물 음악회

생상스는 「동물의 사육제」를 친구들 앞에서 웃자고 쓴 곡으로 여겨, 살아 있는 동안 출판을 막았다. 단 한 곡, '백조'만 빼고.

생상스 · 3분 읽기

카미유 생상스의 초상

사자가 으르렁거리며 등장하고, 거북이는 아주 느리게 춤을 춥니다. 당나귀가 울고, 캥거루가 깡충거리고, 이상하게도 '피아니스트'라는 동물이 나와 연습곡을 서툴게 되풀이하지요. 1886년 파리, 카미유 생상스가 친구들 앞에서 선보인 「동물의 사육제」입니다.

놀이로 쓴 곡

생상스는 그 무렵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작곡가였습니다. 교향곡과 협주곡, 오페라로 이름이 높았고, 어려서부터 놀라운 신동으로 알려졌지요. 그런 그가 사육제, 그러니까 사순절을 앞둔 축제 기간에 맞춰 장난스러운 곡을 하나 썼습니다. 가까운 음악가들과 함께 즐기려는 사적인 음악회를 위한 곡이었어요.

곡 곳곳에는 짓궂은 농담이 숨어 있습니다. 느릿느릿한 거북이의 춤은 오펜바흐 오페라의 빠르고 신나는 캉캉 선율을 아주 느리게 늘어뜨린 것이에요. 무겁게 걷는 코끼리는 원래 가벼운 요정들을 위한 베를리오즈와 멘델스존의 가락을 더블베이스가 둔하게 따라 하지요. '화석'에서는 생상스 자신의 곡 「죽음의 무도」까지 끌어와 낡은 뼈다귀처럼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출판을 막은 이유

이렇게 남의 곡을 비틀며 놀았으니, 생상스는 이 곡이 진지한 작곡가로서의 자기 이름에 누가 될까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동물의 사육제」를 살아 있는 동안 출판하지 말라고 했고, 유언에도 그 뜻을 남겼어요. 그래서 이 곡 전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22년에야 출판되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곡만은 예외였습니다. 열세 번째 곡 '백조'예요. 이 곡에는 농담이 없습니다. 피아노 두 대가 잔잔한 물결을 만들고, 그 위로 첼로가 길고 우아한 선율을 노래하지요. 물 위를 미끄러지는 백조처럼 겉으로는 고요하게요. 생상스는 이 곡만은 생전에 출판을 허락했습니다.

백조의 두 번째 삶

'백조'는 곧 첼로 연주자들이 아끼는 곡이 되었고, 1905년에는 러시아 안무가 미하일 포킨이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이 음악으로 짧은 춤을 만들었습니다. 그 춤에는 '빈사의 백조'라는 이름이 붙었고, 생상스의 백조는 이제 죽어 가는 백조의 마지막 날갯짓으로 기억되기도 해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생상스는 장난스럽게 쓴 곡이 자신의 진지한 명성을 해칠까 봐 감추었지만, 오늘날 「동물의 사육제」는 그의 곡 가운데 손꼽히게 사랑받는 곡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남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해 자기의 엉뚱하고 즐거운 면을 숨기며 살지요.

사회가 '진지하고 훌륭한 사람'에게 기대하는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 일부를 감춰야 한다면, 그 기대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누구를 손해 보게 할까요?

카미유 생상스의 초상카미유 생상스1835–1921생상스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