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카바레 피아니스트가 쓴 느리고 괴로운 춤

사티는 몽마르트르 카바레에서 피아노를 치던 스물한 살에 「짐노페디」를 썼다. 악보 첫머리에는 '느리고 괴롭게'라고 적었다.

사티 · 3분 읽기

에릭 사티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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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낮은 음 하나와 화음 하나를 번갈아 짚습니다. 둥, 하고, 둥, 하고. 마치 천천히 흔들리는 그네 같지요. 그 위로 오른손이 아무 서두름 없이 노래를 시작합니다. 화려한 기교도, 커다란 감정의 폭발도 없어요. 그런데 한번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입니다.

몽마르트르의 피아니스트

1888년, 스물한 살의 사티는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 살았습니다. 음악원에서는 게으른 학생이라는 평을 들으며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대신 '검은 고양이'라는 이름의 이름난 카바레에서 피아노를 치며 시인과 화가들과 어울렸어요. 그해 그는 피아노곡 세 곡을 묶어 「짐노페디」라는 이름으로 내놓았습니다.

'짐노페디'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에서 열리던 축제의 이름에서 왔어요. 젊은이들이 춤과 운동으로 신을 기리던 축제였지요. 왜 사티가 이 낯선 이름을 골랐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옛 그리스의 꾸밈없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뿐이에요.

이상한 지시어

1번의 첫머리에는 '느리고 괴롭게'라는 뜻의 프랑스어가 적혀 있습니다. 보통 악보에는 '느리게', '부드럽게' 같은 말을 쓰는데, '괴롭게'라니 낯설지요. 사티는 평생 이런 엉뚱하고 재치 있는 지시어로 유명했습니다. 다른 곡들에는 연주자가 웃음을 터뜨릴 만한 말들을 잔뜩 적어 놓기도 했어요.

그 시절 프랑스 음악은 바그너의 영향으로 점점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해지고 있었습니다. 사티는 정반대로 걸었어요. 음을 덜어 내고, 같은 것을 되풀이하고, 설명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의 음악은 백 년도 더 지난 지금 들어도 놀랄 만큼 새롭게 들립니다.

친구가 입혀 준 옷

이 곡이 널리 알려지는 데에는 친구 클로드 드뷔시의 도움이 컸습니다. 드뷔시는 1890년대 후반에 「짐노페디」 가운데 두 곡을 관현악으로 옮겨 주었어요. 그 덕분에 피아노 소품이 큰 연주회장에서도 울리게 되었지요.

들을 때는 음이 얼마나 적은지, 음과 음 사이에 얼마나 넓은 빈자리가 있는지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선율은 자주 멈추어 쉬고, 화음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머뭅니다. 듣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설 자리를 남겨 두는 음악이에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사티는 음악원에서 게으르다는 평을 듣고 정해진 길을 마치지 못했지만, 남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새로운 음악을 열었습니다. 오늘날 학교와 사회도 정해진 기준에 맞추지 못한 사람에게 쉽게 낙인을 찍곤 하지요.

정해진 기준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기회를 얻으려면, 학교와 사회의 평가 방식은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에릭 사티의 초상에릭 사티1866–1925사티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