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추운 극장에서 네 시간 동안 열린 음악회

베토벤 교향곡 5번은 1808년 겨울, 난방도 안 되는 극장에서 네 시간 넘게 이어진 음악회의 한 곡으로 처음 울렸다. '운명'이라는 이름은 믿을 만할까.

베토벤 · 교향곡 5번 · 3분 읽기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초상

이야기 속 곡

교향곡 5번Symphony No. 5

베토벤 ·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 약 8분

곡 정보
Musopen

「교향곡 5번」연주 Musopen위키미디어 공용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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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바-바-밤. 짧은 음 셋, 긴 음 하나.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도 이 네 음은 압니다. 그런데 이 소리가 처음 세상에 울린 날, 객석의 사람들은 아마 덜덜 떨고 있었을 거예요. 추위 때문에요.

끝나지 않는 음악회

1808년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빈 극장. 베토벤이 자기 작품만으로 꾸린 큰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작곡가가 직접 기획해 수익을 얻는 음악회였지요.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어마어마했어요. 교향곡 5번과 6번 「전원」, 피아노 협주곡 4번, 미사곡 일부, 아리아, 그리고 피아노와 합창, 관현악이 함께하는 「합창 환상곡」까지. 대부분이 그날 처음 연주되는 곡이었습니다.

음악회는 네 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날 객석에 있던 작곡가 라이하르트는 지독한 추위 속에서 끝까지 앉아 있었다고 기록했어요. 연습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곡인 「합창 환상곡」에서는 연주가 엉켜 버려, 베토벤이 연주를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했다고 전해요.

이런 조건에서 교향곡 5번이 제대로 평가받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곡은 곧 악보로 출판되었고, 1810년에는 작가이자 음악 평론가인 E. T. A. 호프만이 긴 평론을 써서 이 곡을 열렬히 칭찬했습니다. 그 뒤로 이 교향곡의 명성은 점점 커졌어요.

'운명'은 누가 말했나

이 곡은 흔히 '운명 교향곡'이라고 불립니다. 베토벤이 첫 네 음을 두고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는 이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말을 전한 사람은 베토벤의 비서 노릇을 했던 안톤 신틀러입니다. 신틀러는 베토벤이 죽은 뒤 그의 대화 공책에 없던 말을 적어 넣은 사실이 훗날 드러나, 그가 전한 이야기는 믿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요. 그래서 이 별명은 영어나 독일어권에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별명이 무엇이든, 이 교향곡이 그리는 길은 분명합니다. 다단조의 어두운 첫 악장에서 시작한 음악은, 셋째 악장 끝에서 숨죽인 듯 작아지다가 쉬지 않고 바로 넷째 악장으로 이어지며 다장조의 눈부신 빛으로 터져 나와요. 그 순간 그때까지 교향곡에서 잘 쓰지 않던 트롬본까지 합류해 소리가 한층 커집니다. 어둠을 지나 빛에 닿는 그 몇 초를 놓치지 마세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는 말은 출처가 의심스러운데도 이백 년 가까이 이 곡의 이름처럼 쓰였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했다는 멋진 말은 확인 없이 쉽게 퍼지지요. 오늘날 인터넷에도 출처를 알 수 없는 '명언'이 넘쳐 납니다.

어떤 말이 누가 했는지보다 그 말 자체가 좋으면 충분할까요? 출처가 거짓인 말을 계속 퍼뜨리는 일은 말한 적 없는 사람에게 어떤 해를 끼칠까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초상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베토벤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