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민요인 줄 알았던 하바네라

「카르멘」의 '하바네라' 선율은 비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스페인 작곡가 이라디에르의 노래에서 왔다. 비제는 민요로 알고 썼다.

비제 · 2분 읽기

조르주 비제의 초상

첼로가 낮은 곳에서 끈적하게 같은 리듬을 짚습니다. 둥-, 두둥, 둥, 둥. 그 위로 카르멘이 반음씩 미끄러져 내려오는 선율을 부르며 등장하지요. 사랑은 길들일 수 없는 들새 같다고요. 오페라 역사에서 손꼽히게 유명한 첫 등장 장면,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가운데 '하바네라'입니다.

실패로 시작한 오페라

1875년 3월,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카르멘」이 처음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극장은 가족 관객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 무대 위에는 담배 공장에서 일하는 자유분방한 여인, 밀수꾼, 질투에 눈먼 군인, 그리고 무대 위의 죽음까지 나왔어요. 많은 관객과 평론가가 불편해했고,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그리고 석 달 뒤, 비제는 서른여섯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카르멘」이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남의 노래였다

'하바네라'를 쓰는 동안 비제는 꽤 애를 먹었다고 해요. 카르멘 역을 맡은 가수 셀레스틴 갈리마리에는 자기 첫 등장 노래가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쳐 달라고 요구했고, 비제는 이 곡을 여러 번 고쳐 썼다고 전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선율은 사실 비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페인 작곡가 세바스티안 이라디에르가 쓴 노래 「엘 아레글리토」의 가락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어요. 비제는 그 노래를 이름 모를 스페인 민요로 알고 썼다고 합니다. 이라디에르는 비제보다 십 년쯤 앞서 세상을 떠났지요. 나중에 사실을 안 비제는 악보에 이 선율의 출처가 이라디에르의 노래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하바나에서 온 리듬

'하바네라'라는 이름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온 춤과 노래를 가리킵니다. 느긋하면서도 끈적하게 끌리는 리듬이 특징이지요. 이 리듬은 바다를 건너 스페인과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곳곳으로 퍼졌습니다. 쿠바에서 스페인으로, 스페인 사람의 노래에서 프랑스 사람의 오페라로. 하바네라 한 곡에는 대서양을 오간 음악의 긴 여행이 담겨 있는 셈이에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비제는 남이 쓴 노래를 민요로 잘못 알고 가져다 썼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악보에 밝혔습니다. 오늘날에도 출처를 모른 채 가져다 쓴 글이나 그림, 음악이 나중에 다른 사람의 창작물로 밝혀지는 일이 흔하지요.

몰라서 남의 것을 가져다 쓴 경우, 출처를 밝히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 작품으로 얻은 이익은 원래 만든 사람과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요?

조르주 비제의 초상조르주 비제1838–1875비제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