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무너진 작곡가를 다시 일으킨 의사

첫 교향곡이 처참하게 실패한 뒤 라흐마니노프는 몇 해 동안 거의 곡을 쓰지 못했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한 의사에게 바쳐졌다.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2번 · 2분 읽기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초상

이야기 속 곡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

라흐마니노프 ·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약 11분

곡 정보
Musopen

「피아노 협주곡 2번」연주 Musopen위키미디어 공용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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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스물셋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연주회장 계단에 숨어 자기 첫 교향곡의 초연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리는 그가 쓴 음악과 너무 달랐어요. 연주는 엉망이었고, 그는 끝나기도 전에 거리로 뛰쳐나갔다고 전합니다.

한 번의 실패, 긴 침묵

그날의 실패는 혹독했습니다. 지휘는 이름난 작곡가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가 맡았지만 연습이 부족했고, 연주는 곡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요. 평론가이자 작곡가인 체자르 큐이는 이 곡을 두고 지옥에서나 사람들이 좋아할 음악이라는 식의 신랄한 글을 썼습니다.

젊은 라흐마니노프는 깊이 무너졌습니다. 그 뒤 몇 해 동안 그는 큰 곡을 거의 쓰지 못했어요. 피아노 앞에 앉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지요. 그는 훗날 이 시기를 떠올리며, 마치 머리를 얻어맞은 사람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니콜라이 달 박사

1900년, 걱정하던 가족과 친구들이 그를 한 의사에게 데려갔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의사 니콜라이 달이었어요. 달 박사는 최면 요법을 공부한 사람으로, 몇 달 동안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며 그의 자신감을 되살리려 애썼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회고에 따르면, 달 박사는 그가 새 협주곡을 쓰게 될 것이고 그 곡은 아주 훌륭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해 들려주었다고 해요.

효과가 있었는지, 라흐마니노프는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곡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에요. 1901년 모스크바에서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피아노를 맡아 전곡을 처음 연주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는 이 협주곡을 달 박사에게 바쳤어요.

느린 악장의 위로

오늘 듣는 둘째 악장은 그 협주곡의 한가운데입니다. 약음기를 낀 현악기가 몇 개의 화음으로 조용히 문을 열면, 피아노가 잔잔한 물결 같은 반주를 펼치고, 그 위로 플루트가 먼저 선율을 부르고 클라리넷이 그 노래를 이어받습니다. 무너졌던 사람이 다시 숨을 고르는 듯한 음악이지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라흐마니노프는 한 번의 실패와 혹독한 비평 뒤에 오랫동안 일어서지 못했고, 의사의 도움을 받고서야 다시 곡을 쓸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음의 병은 '의지가 약해서'라는 오해를 받기 쉽고, 도움을 청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요.

마음이 무너진 사람이 부끄러움 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으려면, 가족과 학교, 일터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그리고 남을 평가하는 말은 어디까지 날카로워도 괜찮을까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초상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라흐마니노프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