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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만은 고향으로
1849년 10월, 파리 마들렌 성당. 오르간이 아주 느리고 조용한 곡을 연주합니다. 왼손 화음이 한 칸씩 무겁게 내려앉고, 그 위로 선율이 겨우 두어 음을 오가지요. 열흘쯤 전 서른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프레데리크 쇼팽의 장례식이었습니다. 그날 울린 곡 가운데 하나가 그의 전주곡 4번, 마단조였어요.
짧은 곡 스물넷
쇼팽은 1830년대 후반, 장조와 단조를 모두 거치는 짧은 피아노곡 스물네 곡을 묶어 「전주곡」을 펴냈습니다. 그가 존경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지요. 어떤 곡은 1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짧아요.
그 가운데 마단조 전주곡은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붙잡는 곡입니다. 오른손은 거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왼손 화음만 반음씩 아주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요. 그러다 단 한 번, 선율이 크게 솟아오르며 울부짖고는 다시 가라앉습니다.
들을 때는 위의 선율보다 아래 화음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화음 하나하나가 바뀔 때마다 빛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것처럼 들립니다. 끝 무렵에는 소리가 잠시 완전히 멈추었다가, 마지막 화음 세 개가 아주 조용히 문을 닫아요. 2분 남짓한 곡인데, 다 듣고 나면 훨씬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장례식에서는 쇼팽 자신의 바람대로 모차르트의 진혼곡도 연주되었다고 전합니다. 평생 모차르트를 깊이 아낀 그다운 부탁이었지요.
바르샤바로 간 심장
쇼팽에게는 또 하나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그는 죽은 뒤 자기 몸에서 심장을 꺼내 달라고 했다고 해요. 그의 몸은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에 묻혔지만, 심장은 누나 루드비카가 몰래 품고 국경을 넘어 고향 바르샤바로 가져갔습니다.
스물 살에 고향을 떠난 뒤 쇼팽은 한 번도 폴란드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러시아의 지배에 맞선 봉기가 실패한 뒤로 그는 망명한 사람처럼 파리에 머물렀지요. 몸은 돌아갈 수 없었지만, 심장만은 돌아간 셈입니다.
그 심장은 지금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성당 기둥 안에 모셔져 있습니다. 해마다 많은 사람이 그 기둥 앞에 꽃을 놓고 가지요. 그의 무덤이 있는 파리에도, 심장이 있는 바르샤바에도 쇼팽을 찾는 발길이 이어집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쇼팽은 나라를 잃은 시대에 고향을 떠나 끝내 돌아가지 못했고, 심장이라도 고향 땅에 묻히기를 바랐습니다. 오늘날에도 전쟁과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난 많은 사람이 돌아갈 날을 기약하지 못한 채 다른 나라에서 늙어 가지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이 지금 사는 나라는 어떤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까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새 나라에 뿌리내리는 일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쇼팽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