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아주 느리게 꺼져 가며 끝나는 교향곡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은 그 시절 교향곡과 달리 느린 악장으로 조용히 끝난다. 그는 초연을 지휘하고 아흐레 뒤 세상을 떠났다.

차이콥스키 · 2분 읽기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초상

교향곡이 끝나 갑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마지막을 장식할 힘찬 행진도, 승리의 팡파르도 없습니다. 현악기들이 낮은 곳으로 내려앉고, 소리는 점점 작아지다가 더블베이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요. 객석은 박수를 쳐야 할지 망설입니다.

이름을 붙여 준 동생

1893년, 쉰셋의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는 새 교향곡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이 곡을 자기 작품 가운데 가장 정성 들인 곡이라고 여겼다고 해요. 그해 10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는 직접 지휘봉을 들고 이 교향곡을 처음 연주했습니다.

곡의 이름에 대해서는 동생 모데스트가 남긴 이야기가 전합니다. 초연이 끝난 뒤 차이콥스키는 곡에 붙일 제목을 고민했고, 모데스트가 '파테티체스카야'라는 말을 꺼내자 형이 그게 좋다며 악보에 적었다는 거예요. 우리말로 흔히 '비창'이라고 옮기지만, 러시아 말에는 '슬픔'만이 아니라 '격정적인, 감정이 넘치는'이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거꾸로 짠 교향곡

그 시절 교향곡은 대개 빠르고 힘찬 마지막 악장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차이콥스키는 순서를 뒤집었어요. 셋째 악장에서 행진곡풍의 음악이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처음 듣는 청중은 여기서 곡이 끝난 줄 알고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아주 느린 넷째 악장이 옵니다. 악보에는 '탄식하듯 느리게'라는 뜻의 말이 적혀 있지요.

이 악장의 첫 선율에도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귀로는 한 줄의 하강하는 선율로 들리는데, 악보를 보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음을 하나씩 번갈아 나누어 연주하고 있어요. 어느 한쪽만 보면 선율이 이리저리 튀는데, 둘이 합쳐져야 비로소 한숨 같은 가락이 됩니다.

아흐레 뒤

초연 아흐레 뒤, 차이콥스키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콜레라가 원인이었어요. 그 뒤로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교향곡이 이렇게 조용히 꺼져 가며 끝난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곡을 그의 작별 인사처럼 듣게 되었지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차이콥스키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추측이 오랫동안 따라다녔고, 그의 사생활까지 소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유명인이 세상을 떠나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곤 하지요.

세상을 떠난 사람이 더는 스스로 해명할 수 없을 때, 그 사람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우리는 어떤 선을 지켜야 할까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초상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차이콥스키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