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현악기와 하프만 남은 사랑의 편지

말러 교향곡 5번의 넷째 악장은 금관과 타악기가 모두 쉬고 현악기와 하프만 노래한다. 한 지휘자는 이 곡을 아내 알마에게 보낸 사랑 고백이라 적어 두었다.

말러 · 3분 읽기

구스타프 말러의 초상

거대한 교향곡 한가운데, 갑자기 무대가 조용해집니다. 트럼펫도 호른도 팀파니도 모두 손을 놓았어요. 남은 것은 현악기와 하프뿐. 하프가 물방울 같은 화음을 하나씩 떨어뜨리고, 그 위로 현악기가 아주 느리고 낮게 노래를 시작합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넷째 악장 '아다지에토'입니다.

여름에만 작곡하는 지휘자

말러는 그 무렵 빈 궁정 오페라 극장을 이끄는 지휘자였습니다. 극장 일로 한 해 대부분을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에, 작곡은 극장이 쉬는 여름에만 할 수 있었어요. 그는 오스트리아 남쪽 뵈르터 호숫가 마이어니크에 별장을 짓고, 숲속 작은 작곡 오두막에서 여름마다 교향곡을 썼습니다.

교향곡 5번도 1901년과 1902년 여름에 걸쳐 그 오두막에서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말러의 삶에 큰 일이 일어났어요. 1901년 겨울, 그는 빈 사교계에서 스무 살 남짓의 알마 신들러를 만났고, 두 사람은 몇 달 만인 1902년 봄에 결혼했습니다. 알마도 작곡을 공부하던 사람이었지요.

말 대신 음악으로

이 아다지에토에는 이런 이야기가 따라다닙니다. 말러와 가까웠던 네덜란드 지휘자 빌럼 멩엘베르크가 자기 악보에, 이 악장은 말러가 알마에게 보낸 사랑의 고백이며 말 대신 음악으로 쓴 편지였다고 적어 두었다는 거예요. 멩엘베르크는 이 이야기를 말러와 알마 두 사람에게서 들었다고 했습니다.

말러 본인이 이것을 글로 남긴 것은 아니어서 그대로 믿기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귀 기울여 들어 보면, 이 악장은 다른 악장들의 소란과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 누군가에게 조용히 마음을 건네는 음악처럼 들려요.

영화가 만든 두 번째 이름

이 악장은 1971년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쓰이면서 교향곡을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졌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사랑의 편지라기보다 늙어 가는 예술가의 쓸쓸한 마음을 그리는 음악으로 쓰였지요. 같은 음악이 어떤 장면 옆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그것도 음악이 가진 신기한 힘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알마는 결혼하면서 작곡을 그만두기를 요구받았다고 훗날 회고했습니다. 사랑의 편지로 전해지는 이 음악 뒤에는, 재능 있는 한 사람이 자기 일을 내려놓아야 했던 사정도 함께 있었던 셈이지요. 오늘날에도 결혼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쪽은 대개 여성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살기로 했을 때, 한 사람의 꿈을 위해 다른 한 사람이 자기 일을 내려놓아야 한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공정하게 나누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구스타프 말러의 초상구스타프 말러1860–1911말러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