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왕자가 벌로 변해 바다를 건넌 이유

「왕벌의 비행」은 원래 오페라 한 장면이었다. 백조 공주의 마법으로 벌이 된 왕자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찾아 날아간다.

림스키코르사코프 · 2분 읽기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초상

반음, 반음, 또 반음. 바이올린이 쉬지 않고 오르내리며 윙윙거립니다.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이 1분 남짓한 곡은, 빠른 손놀림을 자랑하는 연주자들의 단골 곡이지요. 그런데 이 벌이 왜 그렇게 급하게 날아가는지 아시나요?

푸시킨의 옛이야기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러시아의 옛이야기와 전설을 오페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1900년 무렵 그는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쓴 동화시를 바탕으로 오페라 「살탄 황제 이야기」를 완성했어요. 「왕벌의 비행」은 그 오페라 셋째 막의 짧은 관현악 장면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살탄 황제가 셋째 자매와 결혼하자, 질투에 찬 두 언니가 꾀를 부려요. 황제가 전쟁에 나간 사이 태어난 아기 왕자와 왕비를 통에 넣어 바다에 던져 버리게 하지요. 통은 머나먼 섬에 닿고, 왕자 그비돈은 그곳에서 자라 어른이 됩니다.

백조 공주의 마법

어느 날 그비돈은 사냥꾼에게 쫓기던 백조를 구해 주는데, 그 백조는 마법을 쓰는 공주였습니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비돈에게 백조 공주는 마법을 걸어 그를 작은 벌로 바꾸어 줘요. 벌이 된 왕자는 바다를 건너 아버지의 궁전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자기와 어머니를 내쫓은 이모들을 침으로 콕콕 쏘아 혼내 주지요.

그러니 이 곡의 윙윙거림은 그저 벌 흉내가 아니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버지에게 가는 아들의 급한 날갯짓인 셈입니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이 장면에서 백조 공주가 벌에게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하지만, 따로 떼어 연주하는 관현악곡에서는 그 부분이 빠져요.

관현악의 선생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젊은 시절 해군 장교로 세계를 항해한 사람이었습니다. 음악을 독학하다시피 했지만, 나중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교수가 되어 스트라빈스키 같은 제자를 길렀어요. 특히 악기마다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꿰뚫고 있어서, 관현악법에 관한 책까지 남겼습니다. 벌 한 마리의 날갯짓을 이렇게 생생한 소리로 그려 낸 것도 그 솜씨 덕분이지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이 이야기 속 언니들은 질투 때문에 동생과 갓 태어난 아기를 바다에 버렸고, 그 결과 한 가족이 오랫동안 흩어졌습니다. 오늘날에도 가까운 사람 사이의 질투와 시기가 따돌림이나 거짓 소문 같은 큰 상처로 번지곤 하지요.

왕자는 벌이 되어 이모들을 침으로 쏘며 앙갚음을 합니다. 나에게 큰 잘못을 한 사람에게 되갚아 주는 일은 정의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일일까요?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초상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림스키코르사코프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