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친구를 사냥꾼이라 부른 변주곡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변주마다 친구 한 명씩을 그린 곡이다. 가장 유명한 '님로드'는 출판사 편집자 예거와 나눈 한 대화를 담았다.

엘가 · 3분 읽기

에드워드 엘가의 초상

1898년 가을 어느 저녁, 영국 우스터 근처의 집. 하루 레슨을 마치고 지친 에드워드 엘가가 피아노 앞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건반을 두드립니다. 그러다 한 가락이 흘러나오자 아내 앨리스가 물었어요. 그거 좋은데, 뭐예요? 엘가는 대답 대신 그 가락을 이 친구라면 이렇게, 저 친구라면 저렇게 치겠지 하며 바꾸어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속의 친구들

그날 저녁의 장난이 「수수께끼 변주곡」이 되었습니다. 주제 하나에 열네 개의 변주가 이어지는데, 변주마다 엘가 주변 사람 한 명씩을 그렸어요. 아내 앨리스로 시작해 친구, 이웃, 제자, 그리고 마지막은 엘가 자신입니다. 악보 첫머리에는 '그림 속의 내 친구들에게'라는 헌사가 적혀 있지요.

변주마다 이름 대신 머리글자나 별명이 붙어 있어서, 듣는 사람들은 누가 누구인지 맞혀 보는 재미를 누렸습니다. 어떤 변주는 친구가 문을 쾅 닫고 나가는 모습을, 어떤 변주는 친구의 불도그가 강물에 뛰어드는 모습을 그렸다고 엘가가 훗날 설명했어요.

님로드, 힘센 사냥꾼

그 가운데 아홉째 변주의 이름이 '님로드'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힘센 사냥꾼'의 이름이에요. 주인공은 엘가의 악보를 내던 노벨로 출판사의 편집자 아우구스트 예거였습니다. 예거는 독일어로 '사냥꾼'이라는 뜻이니,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친 셈이지요.

예거는 엘가가 좌절할 때마다 곁에서 붙잡아 준 친구였습니다. 엘가는 훗날 이 변주가 두 사람이 베토벤의 느린 악장들에 대해 나눈 긴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래서인지 이 변주는 느리고 깊은 숨을 쉬듯 조용히 시작해, 점점 부풀어 올라 커다란 감동으로 퍼져 나갑니다.

끝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그렇다면 '수수께끼'는 무엇일까요? 엘가는 이 곡 전체를 꿰뚫는 또 다른 커다란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연주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잘 알려진 노래부터 단어 놀이까지 온갖 답을 내놓았지만, 정답은 지금도 아무도 모릅니다.

이 곡은 1899년 런던에서 초연되어 엘가를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님로드'는 오늘날 영국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추모식에서 자주 울리는 곡이 되었지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엘가는 자신이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편집자 예거를 음악으로 기렸습니다. 한 사람의 성공 뒤에는 이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 조력자들이 있지요. 오늘날에도 한 사람의 업적으로 기억되는 일 뒤에는 많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습니다.

성공과 업적을 이야기할 때, 그 뒤에서 도운 사람들의 몫은 어떻게 기억되고 인정받아야 할까요?

에드워드 엘가의 초상에드워드 엘가1857–1934엘가 이야기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