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 숨은 이야기 ·

플루트 한 대로 열린 새로운 음악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플루트 혼자 부르는 느린 선율로 시작한다. 말라르메의 시에서 태어난 이 곡은 열여덟 해 뒤 무대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드뷔시 · 2분 읽기

클로드 드뷔시의 초상

무대 위 오케스트라가 모두 숨을 죽입니다. 그리고 플루트 한 대가 혼자, 아무 반주 없이 노래를 시작해요. 높은 음에서 반음씩 미끄러져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나른한 선율. 한여름 오후의 열기 속에서 졸음에 겨운 누군가가 피리를 부는 것 같습니다.

시인의 목신

이 곡은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에서 태어났습니다. 목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은 사람, 반은 염소인 숲의 신이에요. 시 속 목신은 뜨거운 오후에 잠에서 깨어나, 자기가 본 요정들이 꿈이었는지 진짜였는지 헷갈려하며 피리를 붑니다. 꿈과 현실, 욕망과 졸음이 뒤섞인 몽롱한 시지요.

클로드 드뷔시는 말라르메가 화요일마다 시인과 예술가들을 집에 모아 이야기를 나누던 모임에 드나들던 젊은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이 시를 바탕으로 곡을 썼고, 1894년 12월 파리에서 처음 연주되었어요. 드뷔시는 이 곡이 시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시가 남긴 인상을 자유롭게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자가 녹아 버린 음악

이 곡을 처음 들은 사람들이 놀란 것은 무엇보다 그 흐름이었습니다. 정해진 박자를 또박또박 지키지 않고, 화음은 어디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규칙을 따르지 않아요. 선율은 떠다니고, 소리는 빛과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사라집니다. 하프의 반짝임, 약음기를 낀 호른의 먼 울림, 맨 끝의 작은 심벌즈 소리까지.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곡을 20세기 음악의 문을 연 곡으로 꼽아요.

열여덟 해 뒤의 소동

1912년, 이 음악은 다시 한번 파리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러시아 발레단의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이 곡으로 발레를 만들어 직접 목신을 춘 거예요. 무용수들은 고대 그리스 항아리 그림처럼 옆모습으로 납작하게 움직였고, 마지막 장면의 몸짓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며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어떤 신문은 비난을 퍼붓고, 어떤 예술가들은 니진스키를 옹호했지요. 드뷔시 자신도 그 안무를 그리 반기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니진스키의 발레는 첫 무대에서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현대 무용의 중요한 작품으로 다시 평가받습니다. 새로운 예술이 나올 때마다 '선을 넘었다'는 비판과 '표현의 자유'라는 옹호가 부딪치지요. 오늘날에도 영화와 공연, 인터넷 콘텐츠를 두고 같은 논쟁이 이어집니다.

예술 작품이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할 때, 그 표현을 제한해야 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정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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