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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작곡가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 독일 본에서 태어남피아노 앞에 앉은 사람의 오른손이 같은 세 음을 끝없이 굴립니다. 셋, 셋, 또 셋. 그 위로 아주 낮고 느린 노래가 겨우 들릴 듯 떠오르지요. 다섯째 정거장,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입니다.
이 곡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거예요. '월광 소나타'라는 이름으로요. 그런데 1802년 빈에서 이 악보가 나왔을 때 표지에 적힌 제목은 '환상곡풍 소나타'였습니다. 달빛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이 별명은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뒤, 시인이자 음악 평론가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의 첫 악장을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에 견준 데서 왔다고 전합니다.
그렇다면 왜 '환상곡풍'일까요? 그 시절 소나타는 보통 빠른 악장으로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곡은 느리고 조용한 악장으로 문을 열고, 갈수록 빨라지다가 마지막 악장에서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정해진 틀보다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가는 곡, 그래서 환상곡 같은 소나타라고 이름 붙인 것이지요.
1801년, 이 곡을 쓰던 무렵의 베토벤은 서른 살이었습니다. 그해 그는 고향 친구 베겔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몇 해 전부터 귀가 점점 들리지 않는다는 비밀을 털어놓았어요. 음악가에게 이보다 무서운 일이 있을까요. 악보는 그가 가르치던 젊은 백작 영애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바쳐졌습니다.
베토벤은 첫 악장 맨 위에, 이 악장 전체를 아주 섬세하게 연주하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페달을 떼지 말라는 지시도 함께요. 소리가 겹쳐 흐릿하게 번지는 효과를 일부러 바란 것이지요.
이 대목에서 들어 보세요
- 첫머리오른손의 세 음 묶음이 물결처럼 쉬지 않고 흐릅니다. 이 물결은 악장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아요.
- 노래가 들어오는 곳물결 위로 같은 음을 짧게, 길게 되풀이하는 낮은 선율이 떠오릅니다.
- 끝부분왼손이 아주 낮은 곳까지 내려가고, 소리가 점점 잦아들며 사라집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게 되는 사실을 오랫동안 숨겼습니다. 음악가로서의 앞날이 끝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일자리나 평판을 잃을까 봐 몸이나 마음의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누군가 자기 약점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사람 주위의 사회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이 차례의 곡
베토벤 ·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약 6분
녹음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