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1 · 13번째 곡 · 13 / 15
시 한 편에서 빌려 온 달빛
드뷔시의 '달빛'은 베를렌의 시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그 시에는 모음곡 이름 '베르가마스크'까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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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작곡가클로드 드뷔시1862–1918 · 프랑스 생제르맹앙레에서 태어남피아노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납니다. 두 음이 함께 겹친 화음이 천천히 내려오고, 박자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잘 잡히지 않아요. 마치 구름 사이로 달빛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처럼요. 열셋째 정거장, 드뷔시의 '달빛'입니다.
제목은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의 시 「달빛」에서 왔습니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해요. 당신의 영혼은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차림으로 류트를 타며 춤추는, 고르고 고른 풍경 같다고요. 겉으로는 즐겁게 노래하지만 마음속은 어딘가 슬픈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에 그 노래가 달빛에 녹아드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눈치채셨나요? 이 곡이 들어 있는 모음곡의 이름 '베르가마스크'가 바로 이 시 속 낱말입니다. 베르가마스크는 원래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방에서 온 옛 춤과 그 춤을 추는 광대들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드뷔시가 이 모음곡을 처음 쓴 것은 1890년 무렵, 아직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십 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내놓지 않고 오래 묵혀 두었다가, 손을 본 뒤 1905년에야 출판했어요. 그 사이 그는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로 이름을 떨친 작곡가가 되어 있었지요.
드뷔시는 화음을 정해진 규칙대로 이어 가기보다, 색깔과 빛처럼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줄거리보다 풍경이 먼저 떠오르지요. 이 곡에서 달빛이 보인다면, 그것은 드뷔시가 소리로 그린 그림입니다.
이 대목에서 들어 보세요
- 첫머리아주 여리게, 겹친 두 음이 천천히 내려옵니다. 박자를 세지 말고 소리가 떠다니는 대로 따라가 보세요.
- 가운데 부분왼손이 물결처럼 끊임없이 펼쳐지고, 선율이 조금 더 따뜻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 마지막처음의 선율이 돌아와 더 고요하게,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사라집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베를렌의 시 속 사람들은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지만 속으로는 슬픔을 품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사진과 글로 늘 즐거운 모습만 보여 주는 공간에서 살아가지요.
겉으로 보이는 즐거움과 속마음이 자꾸 어긋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진짜 마음을 알아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차례의 곡
드뷔시 · 약 5분
녹음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