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1 · 15번째 곡 · 15 / 15

한 선율로 끝까지 가는 실험

라벨은 무용가 이다 루빈시테인의 부탁으로 「볼레로」를 썼다. 같은 선율, 같은 북 장단, 바뀌는 것은 악기뿐이다.

볼레로Boléro · 라벨 · 1928년 초연 · 2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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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라벨의 초상이 곡의 작곡가모리스 라벨1875–1937 · 프랑스 시부르에서 태어남

조용한 무대 위에서 작은북 하나가 장단을 칩니다. 아주 작게, 하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요. 그 위로 플루트가 혼자 선율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정거장, 열다섯째.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입니다.

이 곡은 원래 발레 음악이었어요. 러시아 출신 무용가 이다 루빈시테인이 자기 무용단의 무대에 쓸 스페인풍 음악을 라벨에게 부탁했고, 1928년 11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습니다. 볼레로는 원래 스페인의 춤 이름이지요.

라벨은 아주 대담한 실험을 했습니다. 곡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북은 같은 장단을 되풀이하고, 선율도 사실상 두 가락이 번갈아 나올 뿐이에요. 화음도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바뀌냐고요? 악기와 소리의 크기입니다. 플루트에서 클라리넷으로, 바순으로, 작은 클라리넷으로, 같은 선율이 차례차례 다른 옷을 입고 나오며 아주 조금씩 커집니다.

라벨은 소리의 색깔을 섞는 데 뛰어난 사람이었어요. 이 곡의 한 대목에서는 호른과 첼레스타, 피콜로 두 대가 서로 다른 음높이로 같은 선율을 겹쳐 연주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악기 네 개가 아니라 처음 듣는 악기 하나처럼 들려요. 오르간 같기도 하고, 낯선 기계 같기도 하지요.

그리고 끝 무렵, 곡 내내 한자리에 머물던 조가 딱 한 번 바뀝니다. 그 순간 쌓이고 쌓인 소리가 무너지듯 터지며 곡이 끝나요. 자, 이 문을 지나면 커튼콜입니다. 열다섯 정거장을 함께 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대목에서 들어 보세요

  • 첫머리작은북의 장단과 그 위의 플루트. 소리가 아주 작으니 귀를 바짝 기울이세요.
  • 겹친 소리호른과 첼레스타, 피콜로가 함께 선율을 부르는 대목. 악기 하나처럼 들리는지 확인해 보세요.
  • 끝조가 갑자기 한 번 바뀌는 순간과, 그 뒤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무너지듯 끝나는 마지막을 놓치지 마세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볼레로」는 같은 장단과 선율을 끝없이 되풀이하는데도 지루하기는커녕 점점 더 사람을 빨아들입니다. 반대로 오늘날 우리는 짧은 영상과 알림이 끝없이 반복되는 화면 앞에서, 되풀이에 붙잡혀 시간을 잃기도 하지요.

같은 것을 되풀이해 사람을 붙잡는 힘이 예술이 될 때와 사람을 옭아매는 덫이 될 때, 그 둘을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차례의 곡

볼레로Boléro

라벨 · 약 15분

녹음 준비 중